행복해
요즘 다시 행복이라는 감정이 돌아왔다.
웃겨 참 연말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말이야. 인생은 정말 파도 🌊
날씨가 계속 춥다가 어제 오늘은 날씨가 영상으로 좀 따뜻하다. 게다가 미세먼지도 없어서 오늘은 점심시간에 좀 일찍 나와서 팀 분들과 맛밥을 먹고 혼자 광화문광장을 산책했다. 오늘은 몇 개월만에 코트를 입었다. 내가 좋아하는 까만 롱코트인데 이 코트를 입은 건 1년도 넘었다. 롱코트를 입고 걸어다니면 기분이 좋고, 부츠를 신고 걸어다니면 기분이 좋은데 오늘은 롱코트에 부츠를 신었다. 기분이 좀 좋았다. 그리고 지난 몇 개월간 진짜 말그대로 매일매일 목티만 종류별로 돌아가며 연속으로 입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목티가 아닌 옷을 입었다. (한달 이상 지난 건 확실하다) 아이보리색 꽈배기 니트. 좋아함.

푸른 하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쾌청한 광화문을 천천히 산책하는 행복... 나는 역시 광화문이 너무 좋다.
패밀리데이를 보내는 방법
이번 주는 패밀리데이다. 주말에도 별 일정이 없어서, 뭘 할까 고민했는데 딱히 뭘 안해도 괜찮지 않나 싶다. 원래는 그 사람에게 금요일에 만나자고 제안하려고 화요일에 전화를 했는데, 심신이 미약한 그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 !
그래서 다음 달 초에나 만날 것 같고, 그렇다고 집에 갈까 생각하니 또 그것도 특별히 내키지는 않아서, 그냥 좀 심심하더라도 하던 것, 미뤄두던 것, 그리고 여유롭게 하자고 생각했다.
우선 지금 오늘 패밀리데이라 퇴근하고 라떼 마시고 있는데 밝을 때 퇴근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키보드 가지고 내려와서 아이폰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꼭 아이패드가 아니어도 괜찮네. 블루투스 만만세다.
2024년 1월 셋째 주
이번 주에 되게 행복하고 마음이 가벼웠다.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아 봤다
월요일에는 몸이 찌뿌등하고 허리가 꽤 아파서 오후에 즉흥적으로 예약해서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으러 가 봤다. 마사지를 받는다면 월요일에 받는 게 맞지! 하면서.
마사지 자체는 시원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엄청난 건 아니었는데(아마 옷 위로 그냥 한 걸 보면 종류가 건식이었던 것 같은데 다음엔 아로마도 받아보고 싶다) 그 선생님의 진단(?)이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다.
일자목 일자허리 끼가 좀 있고, 내 몸의 뒤쪽 근육이 굉장히 굳어 있고, 그 이유는 대체로 자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세가 앞으로 쏠려 있어서 그럴 거라는 말을 해 줬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아마 걸을 때도 굉장히 빨리 걷고, 몸을 앞으로 좀 기울이고 총총 걸을 거라고, 그리고 앉아 있을 때도 자세가 앞으로 쏠려 있을 거라고. 그러니 항상 자세를 거만한 영감님처럼 뒤로 몸을 따악 기대고 느긋하게 하라고, 걸을 때도 상체는 따라가는 느낌으로 걸으라고 하셨다.
일주일 내내 실천해 봤는데 웬걸 허리가 안 아프다. 예전에 체험PT를 받았을 떄도 내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어 뒤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는 거라고 하셨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알려준 골반 굴리고, 가슴 펴고 키 커지고 하는 자세를 한동안 따라하면서 좀 괜찮았는데 그렇게 몇개월 지나고 다시 이렇게 마사지를 받고 또 배운 것이다.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보통 하늘을 보고 있거나 폰을 눈높이로 올려서 보고, 몸을 쭉 펴준다. 생각날 때마다 의식적으로 수시로 해주는데 내 몸이 말려 있고 앞으로 굳어 있는 걸 그때마다 새롭게 꺠닫는다. 어느새 그러고 있었나봐. 목도 뒤로 굴려서 빼면 되게 시원하다.
회사에서는 허리가 아파서 마사지볼을 항상 허리 뒤 의자 사이에 끼고 앉은지 좀 됐는데, 그래도 아팠었는데, 마사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의식적으로 최대한 몸을 등받이랑 목받침대에 붙이고 있다. 그랬더니 훨 낫다. 난 등과 목이 항상 뻐근한데 좀 덜 뻐근한 것 같다. 다만 마사지볼을 안 끼우면 뭔가 뒤로 편안하게 기대지지가 않아서 골반, 엉치쪽에 항상 끼우고 있기는 하다. 마사지볼 없이도 기대 앉을 수 있게, 장차 운동해서 근육도 좀 키우자.
마사지를 받고 나서는 김밥을 사먹고 집에 가면서 또 연락을 언제 어떻게 하나 안절부절못했다. 날이 꽤 추웠는데 밖을 계속 걸었다. 그러나 일단 집에 가자.. 싶어져 집에 갔고 또 우왕좌왕하다가 밤이 되어 버려 내일로 미뤘다. 그러나... [나야 니가 지금 이걸 미뤄도 넌 결국 이걸 언젠가는 해야해, 종결될 게 아니라 해야만 끝나기 때문에 그냥 그 시점만 미뤄질 뿐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화요일 저녁에 결국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해냈다).
원래는 카톡을 하려고 했었는데 지난주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지난주에도 계속 연락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일이 정신없어 일주일이 지나가버리고, 금요일에 해 지는 하늘이 예뻐서 서대문역 쪽으로 걷다가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가 다 져 컴컴하고 졸라 추운 경희궁 공원을 혼자 뺑뻉 돌면서 전화번호를 켜 놓고 혼자 존나 연습을 했다. 한 한 시간은 그렇게 혼자 맴맴 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춥고 당근 거래도 해야 했고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실패했지!
전화를 했을 떄 그는 회사였다. 곤란한 듯해서 마음에도 걸렸고 그 와중에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심쿵도 했다(주책).. 그러고 수영까지 다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전화가 걸려와서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사실 당연한 거지 우리 둘이 생각하는 게 같을 순 없으니까. 상대방은 무슨 일이 있는지부터 먼저 묻는 역시나 다정한 면모를 보여줬다. 생각보다 조금 마음이 내려앉는 속상한 말도 있었고, 둘이 같이 조금 웃었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좋은 밤 보내라, 잘 자라, 라는 말을 들어서 와중에 또 좋았다. (주책 2)
통화를 끝내니 11시가 넘어 있었고 해냈다는 마음에 도취되어 좀 흥분하고 좀 기뻐하고 좀 얼떨떨해하다가 그냥 잤다.
붕 뜬 수요일
수요일에는 하루 종일 거의 대화 내용을 복기하고 반추하고 공상하느라 종일 일에 거의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화면은 띄워놓고 모니터는 계속 보는데 같은 곳을 계속 보면서 딴생각만 존나 했다. 집중은 못했지만 어쩄든 행복은 했다.
곰곰이 반추해 봤는데, 아무래도 난 시뮬레이션을 엄청 하고 대본 짜고 연습은 했지만 진실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대화 자체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대로 훅 흘러가기도 했고. 원래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지만.
상대방은 역시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중심을 짚어 말해줬다. 혹시 그런 생각이라면, 난 그런 생각이 없다고. 어쩌면 상대 입장에선, 그리고 우리 사이에선 당연한 해석과 의도 파악과 귀결인데 내가 내 입장에만 갇혀서 생각을 못한 걸까. 아니면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든 듣자마자 부정적인 결론 먼저 생각하고 최악을 상상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 있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걔 입장에서는 경계하고 의도를 먼저 파악하려 하는 게 당연하단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이 없고 얘기만 하려는 건 나나 그렇지, 심약한 걔가 어떻게 그렇다고 한 번에 생각할 수 있곘는가.
그러나 어쨌든 여러 사람들 틈에서 만났을 때처럼 못난 소리는 하지 않았고 솔직하게, 소탈하게, 돌려 말하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 주어서 명확하고 좋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정말로 걔 입장에선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목적성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오해받을까봐. 왜냐면 난 목적성이 있다기보다는 일단 통화를 해서 말을 해야 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고 일단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실제로 만나자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 이야기를 통화에서 충분히 하지 못했고 상대방은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계속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 찝찝하다. 아예 만남을 아예 무르려 하지는 않을지.
뭐... 무르려고 한다면 뭘 생각했든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잔말 말고 나오라고 하려고 생각중이지만. 상대가 자꾸 밀어내고 미루려 하길래 그럼 아무 생각 없이 만나는 건 괜찮냐니까 힘들긴 하겠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너무 웃겼음.
몸을 혹사시킨 목요일
목요일인 어제는 긴 미팅이 있었던 탓에 강제로 일에 집중은 할 수 있었고 공상을 조금 덜 하기는 했다. 낮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셨고(아메리카노가 인상적일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퇴근 후 몸을 피곤하게 하기 위해 수영을 2시간 하고 노래를 40분 불렀다.
어제 처음으로 양팔접영을 성공했고, 2000M를 수영했다. 그 성취감은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기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물론 카페인과 오리발이 껴들어간 버프가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나는 내심 접영을 언제 하게 될까 내내 꽤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막연하게 생각하기로는 올해 안에는 접영을 할 수 있겠지? 했지만 내가 작년 말에 몸도 마음도 별로 안 좋았고 여행도 갔다오고 수영장 공사도 해서 한 달 정도는 아예 수영을 쉰 셈이고, 선생님도 기초를 탄탄히 가르쳐주고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어쩄든 어제 핀데이였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한팔 접영, 그 다음에는 갈때 오른팔 올때 왼팔, 마지막에는 오른팔 왼팔 양팔 이렇게 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하게 되었다. 원래는 오른팔만 그것도 옆으로 호흡하는 것만 혼자 연습하고 있었어서 진짜 얼떨결에 그냥 했다. 끝나고 자유수영을 하면서 조금 연습했는데 연습할수록 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이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물을 엄청나게 먹는다. 옆만 보고 호흡하다가 앞을 보고 하려니까 머리가 충분히 물 위로 솟구치지 않아서 입으로 물이 들어온다. 팔도 다 펴고 해야 하는데 지금 팔을 자유형처럼 굽히고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앞으로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그 문이 열린 것 같아서 기쁘다. 아름답고 자세로 여유롭게 접영하는 나... 멋질 것 같아.
아무튼 수영을 2시간 2천미터 조지고 노래를 했다. 아이묭의 마리골드가 너무 부르고 싶었다. 막상 부르고 나니 그 노래보다는 슈퍼셀이나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를 훨씬 더 잘 부른 것 같지만, 아무튼 목을 잔뜩 혹사시켰다. 수영하면서 물을 많이 먹어서 목소리도 맹맹하고 염소물로 적셔 놨는데 40분동안 노래라니. 집에 갈 땐 목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연말에 그랬던 것처럼 목에 계속 무거운 느낌이 있고 그러진 않는다.
노래를 다 부르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밤하늘과 나무를 봤는데 좀 마음이 헛헛하고 외롭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 자유로움의 양면이라서. 이 감정또한 즐겨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어차피 누군가와 함께하게 되면 이런 순간을 갖고 싶어도 못 가질 때도 있으니까. 그리고 인생은 본질적으로 원래 고독이며, 모두가 고독하다는 것, 다들 이러고 산다는 거, 이 헛헛함은 없애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고, 가끔 찾아와도 괜찮다는 거, 지극히 정상이라는 거, 없애려고 하지 말고 가끔은 오게 그냥 둬도 괜찮은 거라는 거. 그런 생각을 했다.

금요일
그리고 오늘은 위에 쓴 대로. 패밀리데이라 애초에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았고, 어제 웨이브랑 접영을 여러 번 했는데도 허리가 안 아팠다. 행복한데..? 이걸 다 쓰고 나면 글을 한 개 정도만 더 쓰고 그 다음에는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집에 가서 위스키를 곁들인 금요미식회를 열 예정이다. 아직 뭘 먹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오랜만에 초밥? TGIF, 정말 TGIF다. 마음이 가볍고.. 행복하다.
케미컬의 향연을 즐기는 금요일. 금요일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