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이 뭔가, 하고 날짜를 보니 26일이다. 확실히 기록을 하다 보니까 패턴이 보인다.
어제 그래도 6시간은 잤고 나름 잘 준비하고 잤는데도 오늘 하루 종일 개피곤하고 졸리고 의욕이 없어서 정신을 못 차리고 기분도 꽤나 가라앉아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시기가 딱 그래.
고독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 고독은 평생 함께할 친구니까. 자신을 의탁할, 같이 연극놀이를 할 상대를 찾는 건 할 일이 못된다. 내 성격에 연극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배가 고픈데 먹고 싶은 것이 없는 드문 경우가 또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매해서 장칼국수를 끓였다. 심지어 면도 안 먹고 싶단 생각이었는데 집에 먹을만한 게 이것밖에 없어서 마늘과 달걀 팍팍 넣고 끓였다. 달걀은 위안이다. 햇님 같은 위안. 집에서 가져온 우리 집 김치도 물론 파워가 센 위안.
매일 부끄럽다. 싫은 티 내는 걸 고쳐야 되는데 어느새 보면 자꾸 내고 있다. 분명히 들키고 있을 텐데.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늘상 예의바르게 원칙을 갖고 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놓고 내 자신이 부끄럽다. 약자의 냄새가 날 때 어느새 이미 상대를 무시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남 눈치 안 보는 것처럼 행동하고 나서 후회하면서 뒤늦게 혼자 마음 속으로 남 눈치를 본다. 아 그거 괜히 말했다 하고.
그래도 실패를 할 거면 지금 하는 게 낫지 싶은 마음으로 버틴다. 어리니까 이해해 주시겠지 염치없지만 생각한다. 스스로 자각하고 있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괜찮은 거라는 엄마의 말을 위안 삼는다. 저것보단 내가 낫다는 케이스를 수도 없이 쌓으며 버틴다.
어째 기다릴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길어질수록 이미 차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떠올리려고 하면 창피해진다. 너무 자주 생각나서 문제였는데 그 반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자리가 텅 비어 있다는 게 다른 이슈지만.
오늘은 헤드폰을 썼다. 속이 시끄러우니 다시 클래식이 들어진다. 아직 어떤 음악가랑 잘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 많이 들어봐야 할 듯. 일단 바흐를 듣고 있다. 2호선에서 클래식을 듣는데 귀도 포근하고 조용하고 좋았다. 뱅엔올룹슨 헤드폰 검은색 갖고 싶다. 예전엔 교보문고에 200만원대 100만원대 그 아래 이렇게 헤드폰 청음이 됐는데 몇 달 전 한 번 리뉴얼한 후론 사라져서 슬프다. 한번씩 가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야.
어쨌든... 속이 시끄러워서 달려왔고 이제 설거지를 한 후에 씻고 일찍이 전기장판 속에 들어가서 유튜브를 보며 뒹굴다가 좀 일찍 자려고 한다. 그 전에 치즈케잌이랑 딸기 먹을지도. 참, 오늘은 마그네슘 필수다. 오늘은 특별히 세 알 먹어야지. 내일 아침엔 홍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