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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토요일

by 숨 🌬️ 2024. 3. 3.

*토요일 시점

어제 기상시간 18시 오늘 기상시간 16시.
어제는 종일 암막커튼을 쳐놓고 칩거하다가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홍대에 나갔다 왔다.
배달음식을 이틀 연속인가 시켜 먹었고.. 돈을 많이 쓰고.. 집안일을 미루고 쌓아두고. 기운이 없어 칩거하고. 마치 두 달 전처럼. 우울감이 좀 있는 월말월초다.


요즘 어쩌다보니 홍대에 자주 가고 있다. 원래 홍대를 별로 안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몇 번 가다 보니 조금씩 정이 들고 궁금해지고 있다. 그리고 홍대도 넓은데, 홍대라 하면 늘 어린애들이 너무 많고 시끄러운 느낌이었는데 경의선숲길과 연남동 쪽은 잘 맞는 것 같다. 망원이랑 합정도 좀 더 탐방하고 싶어.


요즘 과식도 많이 하고 식단도 영 쓰레기같이 먹을 때가 많고 커피도 술도 너무 많이 마셔서 위장이 좋진 않다. 위가 계속 무거워서 오늘은 커피 말고 엷고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었다.


백차가 마시고 싶어져서 찻집을 검색해서 갔는데 너무 좋았다. 높은 곳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직원분들도 차분하고 따뜻했고 손님들도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편안했다. 또 갈 것이다.


백차 9천원에 브라우니 8천원으로 17천원을 대수롭지 않게 긁는데 괜히 좀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올해도 경험을 많이 하고, 돈을 쓴다면 경험하고 배우는 데 쓰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전보다 좀 마음 가볍게 소비를 하고 있다.
 



차를 무한히 우려마시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데미안을 읽었다. 좋았다. 몇 시간 읽다 보니 바깥이 컴컴해져서 술을 마실까 싶어져서 책바를 가려다가 3만원인가 최소 주문 금액도 있고 너무 춥고 날이 아닌 듯해 우선은 빠꾸. 다음에 가봐야지.

집에 갈 때는 하이 앤 드라이를 들으면서 양화대교를 건너는데 기분이 좋았다.
다시 기타를 치고 싶어졌다. 아니.. 이제서야 떠올랐는데 어젯밤 꿈 속에서 통기타를 쳤네. 그게 하이 앤 드라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타를 쳐야겠다. 내 통기타에서 나는 음음이 갈라지는 소리들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그래도 난 겨울을 아주 싫어하진 않는 것 같다. 어우 추워 하면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내심 겨울은 상쾌하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크다. 그리고 헤드폰 쓰기 좋은 계절이거든. 딸기도. 남은 겨울을 조금만 더 즐겨보자.
 
최근에 안경을 몇 개 사면서 변색렌즈를 넣으려고 알아보다가 보게 된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내가 밝은 빛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동공이 크고, 홍채가 밝은 사람들은 빛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어서 눈부심을 잘 느끼고 평소 불도 어둡게 해 놓고 살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런 나잖아..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심리적인 예민함인걸까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감각적인 예민함이 사람을 예민한 성격으로 만드는거지. 아무튼 변색렌즈는 지금은 아니어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