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춥고 으슬으슬하고 속도 별로 안 좋고 소화가 안 되고 우울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시발..
오전에 헤드헌터한테 전화가 왔다. 여러 포지션으로 같은 회사에서 벌써 세 번째정도 온 것 같은데 까다롭게 뽑고 있나보다. 계속 고사했다길래 어쩐지 빡셀것 같아서 (원래도 고민했다가 접었지만) 또 관심이 없어졌다. 면접이나 한번 봐볼까 연봉 카운터오퍼 넣어볼까 생각은 해봤지만 귀찮기도 하고 뭔가 관계에 안좋을까봐 우려도 되어.. 사실 지금은 그냥 뭘 할 기력자체가 별로 없어서 어차피 못 하겠지만.
퇴근하고 영풍문고에 처음 가봤다. 무인양품에서 노트를 사고(🖤) 책을 좀 둘러봤다. 사랑에 관한 섹션이 있길래 보니 알랭 드 보통과 김달이 있었다. 그리고 자기계발 쪽엔 일의 천재들? 뭐 그런 책이 있어서 쭉 봤는데 앞부분은 재밌었으나 뒤로 갈수록 얘기가 길게 늘어지고 노잼이었다.
어쨌든 서서 두 권 가량을 대충 읽은 셈이다. 사랑에 대한 섹션이 좀 흥미로웠어서 다음에 또 가서 다른 책들도 봐야지.
김달의 책은 매우 쉽고 가벼웠는데 재회에 대한 페이지들이 나올 때 괜히 뜨끔했다. 난 걔를 왜 이렇게 사랑하는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이유는 (아직 제대로 안 차였지만) 답을 듣지 못하고 시간이 길게 길어지면서 불안하고 미리 차이는 듯한 애매한 느낌이 계속되어서인데, 내 할 말을 몇 달째 못해서 답답하고 그러는 동안 괜히 시간만 늘어지고 상대가 엉뚱한 쪽으로 오인하고 결론이 튈까봐 불안한 게 더 큰 것 같다.
어휴 심약한 겁쟁이녀석.. 이게 오기인지 뭔지 이젠 모를 지경. 난 정말 걔를 왜 이렇게까지 사랑하는걸까...... 정말 미스테리고 알 수가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 상황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작아서 더 무기력한 게 있다. 그래서 두 달 전같은 기분이 들었구나.
어쨌든 위장을 혹사시키는 건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것 같다. 속이 좋지 않고 이게 컨디션과 기분에도 매우 저조한 영향을 미친다. 위를 혹사시키는 건 replacing emotional pain with physical pain에 지나지 않아... 차라리 자유형을 해.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실 것 같으니까 이번 주는 절대금주다. 그리고 디카페인 주간으로 해.
영풍문고를 나오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무력해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얼른 집에 가서 양배추나 구워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