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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정신

by 숨 🌬️ 2024. 5. 11.
실리카겔 - Andre99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무거운 거였다. 비 오는 토요일 침대에 기대 앉아 창밖을 멍하니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이직해서 소득을 올리고 성과급을 받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 속에 다시 속할까, 월세가 빠져나가는 게 너무 아까운데 어떻게 전세대출을 구해서 전셋집을 얻을까, 행복주택을 들어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언제 넓은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주택청약은 얼마를 어떻게 넣어야 하나, 머리가 터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기몸살로 앓다가 새벽 3시에 갑자기 깨서는 느닷없이 몹시 외롭고 공허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먼 곳에 있고 사랑할 사람이 없다.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도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서로 그리워하다 이따금씩 만나 반가워할 뿐이었다. 전셋집을 구경하러 네이버 부동산을 켜서 서울여행을 한다. 생각보다 좀 재밌다. 부모님이 전셋집 턱턱 구해주는 금수저 친구들이 가끔 부럽다. 하지만 헝그리정신이 있어야 그릿grit도 생기는 법이겠지. 세이노의 말을 수용하고 행해보자. 직장도 마찬가지다. 분노는 나의 힘, 헝그리정신이 있어 이만큼 전투력을 가지고 집중해 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금수저 친구들 부러워할 것 없다. 나는 이미 아름다운 야경은 손에 넣었어. 다음 단계로 차근차근 스테이지를 깨부숴 나가자. 세계를 자꾸 깨고 다음 레벨로, 그 다음 레벨로 상승해 나가는거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아픈 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까 아프고 지칠 땐 쉬고, 지금처럼 포근하게 자신을 감싸안고 안온하게 빗소리를 들려주고, 이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도 있음을 위로하고, 그저 계속 나아가자.

나는 어리고 가능성이 무한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I'm in the driving seat. 집도 사랑도 미리미리 천천히 찾으면 느긋하고 우아하게 만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