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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굴레 속 겨울의 기쁨과 슬픔

숨 🌬️ 2024. 1. 4. 00:44

뒤지게힘들다 시바르 ㅠ ㅠ
역시 한달만에 수영 1700m는 무리가됐던게야
종일 허리가 꽤나아팠다 잉잉


게다가 오늘 커피를 두잔도 넘게 마신거야
아침에 드립.. 점심에 라떼.. 오후에 에스프레소.. (맛있긴했다 에스프레소 짜식..)


하.. 겨울은 힘들구나
난 이번 여름에 너무 힘들었어서 내가 겨울인간이라 생각했는데 물론 여름보단 나은 거 같지만 겨울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원체 기력과 에너지가 없는 내게 해가 늦게 뜨고 존나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낮에도 회사에 틀어박혀 있느라 해를 못 보니 비타민D도 못 만드니 우울하고, 추워서 온몸이 움츠러들고 경직되고 허리가 아픈 겨울. 힘들어잉....

그러나 겨울의 매력은 숨을 쉴 때 입김이 나와서 재밌다는 점이다. 입김을 불면 내 숨의 방향성과 밀도를 볼 수 있는 게 재미있음.
그리고 지하철에서 덜 좆같다. 여름엔 일단 덥고 남의 숨이 불쾌해서 마스크를 쓰면 더 덥고 땀범벅이 되고 타인과 내 사이에 방어막이 되어줄 외투도 없이 일면식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사람과 밀착이다.

후.... 한국의 좆같이 뚜렷한 사계절
한반도는 여러모로 맵고 헬인 곳이긴 하다. 아무래도 단군할아버지는 부동산 사기를 당해 터를 잘못 잡은 것이 맞다.


오늘 퇴근길에 허리가 아파서(엄청 아프다기보단 경직되고 금방이라도 삐끗할듯한 불안하고 위태로운 느낌) 허리를 주무르며 어기적거리며 걸어왔다. 조금 슬펐음.

생각해보면 세상에 대한 내 관심과 호기심이 줄어들고 사람이 이렇게 염세적이 되기 시작한 건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였다. 왜냐면 뭘 할 수가 없으니까. 오래 앉아서 집중할 수도 없고 뭘 쏟아부을 수가 없으니까. 그 무력감이 좀 있는 것 같다. 물론 염세의 극치를 달리게 된 최근은 역시 회사 때문이지만.

가족과 해방일지를 보는데 조태훈이 자기는 애기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30년 후에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게 될까란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해서 너무 공감이 갔다. 나도 저런 생각 한다고 하니 엄마가 놀랐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고. 보통은 그런 생각 안 하는 것 같긴 하다. 안 하는 게 더 좋고.

몸이 돌아가면서 여기저기 아픈데 매일매일 먹고살기 위해 가기 싫은 회사에 가서 싫은 사람들을 봐야 하고 그게 매일 되풀이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좀 염세적이 된다. 결국 이걸 위해서. 이걸 위해 자라났고 앞으로도 이 짓이 지겹게 돌고 돌고 되풀이되겠구나. 죽을 때까지.

그래서 길을 가다가 노인들을 보면 아득하다. 나는 지금 20대의 젊은 나이인데도 몸이 시원찮고 괴로운데. 앞으론 더 노쇠할 날들만 남았는데, 남은 날들은 너무 길고 나는 나를 계속 부양해야 한다. 굴렁쇠를 계속 굴려 가야만 한다. 생로병사의 굴레 속에서. 지겨운 일상을 반복하던 어느 날은 이렇게 그냥 사라져도 그렇게 엄청나게 큰 미련은 없을 것 같다고, 삶이 너무 무겁다고. 최근엔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아주 적극적으로 우울하거나 뭔가가 심히 힘들어서 뒤질것 같다거나 자살 자해 충동 같은 것도 전혀 없고 너무 소중한 가족들이 있어 말은 저렇게 툴툴거려도 실제로는 그저 잘 살 궁리, 최대한 효율적으로 되도록 건강한 인생을 살 궁리만 하느라 바쁘지만. 이번 겨울엔 회사 일에도 현타가 오고 일조량도 줄고 해서 더 저런 생각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세로토닌 알갱이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회사에서 가족들에게 귀여운 짤 보내기. 김이 피어오르는 떡국과 엄마 영상 보기. 소박하게 요리해서 맛있게 먹기. 목이 붓고 가래가 끼는 것 같아서 처방받아둔 감기약 먹기. 난방 이빠이틀고 가습기 틀기. 뜨끈한 바닥에 누워 몸 지지며 유튜브 보다가 폼롤러에 머리 괴고 누워서 계속 보기. 예쁜 쥬얼리 사기. 새 수영복 사기. 마그네슘 먹기. 아무래도 어제오늘 물을 너무 안 마신 것 같아 물 많이 마시기.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은 카톡 보기. 하트 날리고 뿌듯해하기. 상상하기. 스트레칭하기. 애플뮤직 숙면 플레이리스트 틀기. 이런 것들. 아 월급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이런 걸 다 해줄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고 멋있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김완선이 사는 집과 모습을 봤는데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햇빛이 잘 드는 넓은 집에 선베드라니. 당분간은 돈이 넉넉한 부자가 되면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상상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