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의 호흡

수영장 공사 & 여행 & 아픔 & 우울 & 생리로 무려 한 달이나 수영을 못 하다 슬슬 육지에서 질식할 것 같을 무렵, 이윽고 한 달만의 숨.
수영쌤이랑 제일 자주 주고받는 대화는 '오랜만에 뵙네요' 인듯ㅋㅋㅋ 어디 잘 갔다오셨어요? 해서 하와이 갔다왔다고 했더니 서핑좀 탔냐고 해서 거기 겨울이라 추워서 못 탔다고 했다. 대신 자유형은 좀 했지요.
오늘도 늘 하던 킥판 자유형발차기, 사이드 롤링 호흡, 팔꺾기, 풀부이끼고 평영발차기를 했는데 역시나 평영이 젬병이었다. 왜 할 때마다 새롭지. 늘 원점이다 젠장. 심지어 양발에 쥐가 나서 고생했다.
아무튼 오늘 선생님이 평영킥 서서 연습하는 팁을 좀 알려주셨는데 가만히 서서 무릎꿇듯 무릎을 좀 앞으로 접어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팔은 발목을 스칠 정도로 한다. 그 상태로 많이 벌리지 않고 무릎부터 발목까지 다리 안쪽으로 물을 가르며 다리끼리 딱 붙인다. 선생님이 붙잡고 알려줬을 땐 다리안쪽날로 물을 가르는 느낌이 왔지만 혼자 연습하기엔 아직 알쏭달쏭..
그리고 자유형을 할 때 내가 손을 주방장갑처럼 하고 있더라... 엄지를 붙이라고 하셨다. 지금 노에 구멍낸거라고. 그래서 오늘부터 다섯 손가락을 모두 붙이고 하기 시작함.. 🫡
그러고 자유수영까지 마저 조지고 왔다. 개 쉬원.
오랜만이라 매우 쉬엄쉬엄 했는데 오늘 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보통 스타트 하고 돌핀킥을 열 번 정도 차면 숨이 막혀서 억지로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오늘은 18, 19번을 차도 숨을 그냥 안 쉬고 조용히 가니까 가지는 것이었다. 딱 중간쯤 왔을 때 푸하하고 숨 한번 쉬고, 다시 입수해서 끝까지 갔다. 육지에 오래 있었더니 숨이 길어졌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난 돌핀킥을 차는 꿈을 굉장히 자주 꾸는데 오늘 돌핀킥은 꽤 원 없이 했다. 그래도 언제 해도 좋아.
자유형은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온 것 같다. 슬슬 힘들이지 않고 쭉쭉 앞으로 나간다. 다만 아직 지구력이 후져서 한 번에 50m 이상 못 한다. 조오금씩 길게 시도 중이니까 50m, 75m, 계속 연습해야지.
수영을 하다 보면 따뜻한 구간이 있는데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 따신물이 나오더라. 입문레인에서 설렁설렁 수영하다가 가만히 뜨신물을 즐기고 있고 그랬다. (아무도 없을 때 끄트머리쯤에서)
항상 수영을 하면 등이 얼마나 굽어있었는지 새삼 그 불편함을 느끼게 되어 답답해서 자꾸 쭉쭉 몸을 피게 된다. 배영도 하고, 깍지껴서 하늘 보고 흉추를 쭈욱 뒤로 꺾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집에 올 땐 뻐근하고 허전한 등을 느끼면서 내가 진짜 등근육이 부족하구나, 어깨도 넓고 흉통도 작지 않은데 이걸 지탱할 승모랑 등근육이 부족해서 늘 뻐근하고 무거운거구나 깨닫게 되기도 한다.
올해는 진짜로 피티를 받을 생각이다. 그럼 나 이사 못가네... 허허 수영장도 피티샵도 못잃어
오늘 저녁을 엄청 맛있는 걸 먹었다. 바로 엄마가 챙겨준 무나물과 시금치, 버섯. 갓김치도 넣고 오곡밥이랑 고추장에 썩썩비벼 먹었지. 너무 정갈하고 담백하고 맛있었다.
수영 끝나고 가는데 붕어빵이랑 오뎅 엔피씨가 있었지만 배가 안고파서 안 먹었다. 담엔 먹어야지.
오늘은 물 좀 마시고 마그네슘만 먹고 얌전히 잘거다. 자기 전까지 스트레칭 좀 해야지. 목이랑 등이 영 뻐근해. 왼쪽 허리도 어쩐지 계속 살짝 삐끗한듯한 뜨끔한듯한 느낌이 나서 조금 불안. 어쩌면 자세가 한쪽으로 쏠린 습관을 갖고 있었을지 몰라 나. 고관절도 왼쪽에서만 틱소리가 난단 말이지. 쭉쭉이체조와 맥킨지 운동을 자주 해주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센티 버건디 사고 저녁 수영가는길에 소울스윔 라인뜨왈 수모를 샀다. 매우 기대됨.. 목요일은 그친구들을 입고 출동하자.
다시 기분과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연말에 집에서 푹 쉰 덕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새해인사랑 하트갈긴 힘도 있는 것 같다. 하 나새끼 잘했어..
내일은 벌써 수요일이다. 이번주, 힘내보자.
[오늘의 사운드트랙은 헨 - 일종의 고백]

